2026. 07. 02.

삼각지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잊혀진 이름들의 이야기

이혜성의 1% 북클럽|2026. 07. 02.

오늘의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특정한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서 우연히 발견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삼각지역 12번 출구 바로 앞, 평소 러닝을 하다가 지나쳤던 전쟁기념관이 그 무대입니다. 대로변을 달리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건물에 호기심이 생겨 들어가 본 것이 이 공간과의 첫 만남이었다고 합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이름의 무게와는 달리 공원처럼 잘 가꿔진 산책길이 펼쳐져 있었고, 그 뒤로 종종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밥을 먹으러 오거나 놀러 오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삼각지 한복판의 숨은 장소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핵심 이야기

이 공간의 중심에는 전사자 명비가 있습니다. 6.25 전쟁에서 희생된 4만 명이 넘는 유엔군의 이름이 기둥마다 새겨져 있고, 그중 90% 가까이가 미군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을 포함해 16개 나라가 전투 부대나 의무 부대를 파병해 준 사실이 이 명비 위에 국기와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름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궁금해지는 것은 이 사람들이 어떤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어떤 형제자매가 있었고 어떤 꿈을 꾸었을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이름도 낯선 코리아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름들이 지금은 그저 한 줄로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룹니다.

주요 내용

러닝하다 발견한 삼각지의 숨은 공간

삼각지역 인근을 달리다 눈에 들어온 건물 하나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대로변 쪽으로 러닝을 하던 중 '전쟁기념관'이라는 글자를 보고 호기심에 들어가 본 것인데, 예상과 달리 아름답게 조성된 공원이 펼쳐져 있었다고 합니다.

공원 안에 지하철 출구 표지판이 있다는 점도 독특하게 느껴졌다고 전합니다. 이후로 종종 이 공간을 찾게 되었고, 연인들의 산책이나 아이와 함께하는 나들이로도 좋을 만큼 한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둥마다 새겨진 이름, 전사자 명비

고개를 들면 6.25 전쟁의 전투 장면이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고, 양옆으로 늘어선 비석에는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4만 명이 넘는 유엔군 희생자 가운데 미군이 3만 6천 명이 넘었고, 이는 전사자의 약 90%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미국 외에도 영국, 튀르키예, 캐나다, 호주, 프랑스, 콜롬비아, 그리스, 태국, 네덜란드, 에티오피아, 필리핀, 벨기에,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노르웨이, 룩셈부르크까지 16개 나라가 전투 부대와 의무 부대를 보내주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응한 부름이었다는 점에서, 명비 앞에 적힌 문구처럼 그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참전용사들의 이야기

당시 파병된 미군의 평균 나이는 20대 초반, 지금으로 치면 대학교 1~2학년 또래였다고 합니다. 6.25 전쟁은 흑인 병사와 백인 병사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된 부대로 함께 싸운 최초의 전쟁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튀르키예 부대는 미군이 중공군에 포위되었을 때 백병전까지 감수하며 지원에 나섰고, 콜롬비아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자국이 내전 중이던 상황에서도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태국은 '리틀 타이거'라 불릴 만큼 산악 지형에서 빠른 기동력을 보였고, 프랑스의 몽클라 장군은 예순의 나이에 중장에서 중령으로 스스로 계급을 낮추면서까지 지평리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강뉴 부대는 명예를 지키는 문화 속에서 전쟁 내내 단 한 명의 포로도 남기지 않았고, 인도는 생명을 살리는 의무 부대를, 인구 30만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도 부대를 보내주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름 한 줄에 담긴 삶, 그리고 노래 '이름에게'

명비에 새겨진 사진들 중에는 전사 소식을 전하는 우편을 받았을 그 가족의 얼굴도 있습니다. 이름 한 줄로 남은 그 사람에게는 태어나고 자라온 20여 년의 삶이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것이 한 줄로 요약되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흔든다고 전합니다.

이 공간을 걷고 난 뒤 자연스럽게 떠오른 노래가 아이유의 '이름에게'였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가 그 곡을 다시 들으며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와 함께, 잊혀진 이름들이 얼마나 외로웠을지에 대한 생각이 이어집니다.

삶에 닿는 이야기

교과서에는 6.25 전쟁 때 유엔군이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한두 줄로만 담겨 있지만, 명비에 새겨진 수많은 이름들을 마주하면 그 역사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콘텐츠와 K푸드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시절 '코리아'는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잘 모르는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응했던 부름, 그리고 그 부름에 응한 이들의 젊음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옵니다. 이런 이야기는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작 이 공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들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름의 무게에 눌리기보다, 그 이름들을 한 번쯥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합니다.

나만의 취향 설계

평소 하던 러닝 코스에 잠깐의 산책을 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삼각지역 12번 출구 인근을 달리거나 걷다가 잠시 멈춰 명비 앞에서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다른 결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을 걷고 난 뒤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은 취향의 조합이 될 것 같습니다. 걷는 행위와 음악, 그리고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이 어우러질 때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 되는 듯합니다.

마무리

서울 한복판에도 이렇게 조용히 자리한, 잊혀지기 쉬운 이름들의 공간이 있습니다. 그 이름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삶과 사연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무겁게 여기기보다는,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쯥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나쳤던 이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각지를 지날 일이 있다면, 잠시 걸음을 멈춰보시길 바랍니다.

원문 영상

서울 한복판, 대부분 모르고 지나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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